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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1퍼센트 혹은 백분의 일

장화 신은 고양이 2016. 8. 5. 22:02


<1퍼센트 혹은 백분의 일>


돌연 긴장된 공기가 얼음처럼 굳어 회색쥐 한마리를 그자리에 가두었다.

고양이 한 마리가 아까부터 쥐를 조준하고 있다.

고양이는 다 자랐어도 불과 이십여 센티미터, 자신에게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는지 쥐는 당당하게 고양이를 노려본다.

수염을 실룩거려 쥐까지의 거리와 각도를 계산하는 고양이와 길고 날카로운 앞니를 꺼내는 쥐의 짧은 대치

뒷다리가 몸을 밀어내는 속도에 체중을 실어 고양이는 회색쥐에게 대포알처럼 날아가고, 그 충격에 쥐가 벌렁 뒤로 넘어가며 찍 찍 소리를 내지른다.

땀을 흘리듯 피를 덮어쓴 회색쥐의 몰골이 싸움의 결과를 드러낸다.

그러나 쥐는 자신의 운명을 결정한 고양이 송곳니를 목덜미에 받아들이기 전에 단검같은 자랑스러운 앞니를 고양이 쇄골 밑에 박아넣었다.

고양이의 오른쪽 빗장뼈 아래에서도 쉴새없이 방울방울 붉고 더운 액체가 흘러나온다.

뒤늦게 바깥에서 벌어진 소동을 알아챈 고양이 주인이 상처를 입고 제자리에서 꼼짝않는 자신의 애묘에게 허겁지겁 다가갔다. 상처를 손으로 꾹 눌러 지혈하자 고양이는 이내 안정을 찾았다.

이 모든 광경을 홀로 구석에서 지켜보며 가쁜 숨을 몰아쉬던 회색 쥐에게는 죽음이 성큼성큼 다가갔다.

구석에서 조용히 죽음을 기다리는 쥐를 발견한 고양이 주인은 측은한 마음에 쥐에게도 고양이를 향한 애정의 1/100이나마 나누어주기로 마음 먹었다.

살아날 가망 없는 쥐의 고통을 일찍 끝내주려고 그는 회색쥐를 물에 빠뜨렸다. 잠시 저항하던 쥐는 곧 물 위에 둥둥 떠오르며 고통에서 벗어났다. 쥐의 한 줌 혼이 꼬르륵 기포 몇 방울로 변해 수면으로 떠오를 때 쥐가 고양이로부터 나누어 받았던 1/100의 사랑은 다시 고양이에게 회수되었다.

땅에 파묻힌 쥐가 미물에 의해 분해되던 며칠 동안, 고양이는 주인의 간호를 받으며 상처로부터 회복했다. 자신이 받아야 할 애정을 비록 한조각이지만 쥐따위에게 나누어주는 법이 어딨냐고 주인에게 항의하듯 야옹거리자 주인은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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