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첫 줄을 쓰고 있는 3월 8일 밤 11시 현재, 4일간 예정으로 한국에 찾아온 파리오페라발레의 ‘지젤’ 내한 공연 첫 날이 깊은 여운 속에 끝났을 것이다. 서울보다 앞서 대전에서 공연을 본 분들의 말에 따르면 무용수의 기량이나 무대예술의 수준 등이 매우 뛰어났다고 한다. 다만 고가의 티켓이 부담스러운 탓인지 발레단의 세계적인 명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객석이 완판되지 않은 것은 아쉬운 점. 이런 것을 보아도 예술에 국민이 접근하기 위해 국립예술단체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1. 발레의 원본을 찾아서 개인적으로 만만치 않았던 티켓값을 지불하고 이번 공연을 보기로 한 것은 발레의 본산지인 프랑스의 파리오페라발레가 ‘지젤’의 원본을 더 나아가 ‘발레’의 원본을 보여 줄 것이라는..
1. 늦가을 밤, 국립발레단 ‘지젤’ 공연을 보는 재미 중 하나는 막이 내린 후 돌아가는 길에 얼핏얼핏 들려오는 사람들의 대화를 스쳐가듯 듣는 것이다. 엄마와 딸이 나누는 이야기, 연인들끼리 오가는 인물평 같은 것들이다. 짧막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대화들 속에 사람들이 작품을 어떻게 감상했는지 잘 드러난다. 전형적인 패턴은 이런 것들이다. 1막과 2막 중 어느 편이 더 맘에 들었느냐? 등장인물 아무개는 대체 왜 그런 식으로 행동하느냐? 지난 토요일 밤, 국립발레단의 지젤이 끝난 후에도 마찬가지였는데 어린 딸은 1막이 재미있었다 하고, 어머니는 발레리나들이 하얀 옷을 입고 춤을 추던 2막이 좋더라는 식이다. 성인 관객들은 아이어머니처럼 발레를 춤으로서 감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고, 어린이들은 인물과 스토리..
11월을 맞기 직전, 가을비가 내리던 토요일 밤, 기나긴 코로나 시대에 조용히 마침표를 찍듯 오랫동안 보지 못하던 발레 지젤이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라왔습니다. 4층까지 빽빽하게 채운 관객의 열기는 얼마나 오랜만에 보는 것이었는지 저도 모르게 사방을 천천히 둘러보게 되더군요. 장소가 생명을 가지는 것은 그곳을 찾는 사람이 있기 때문임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마침 그 무렵은 할로윈이기도 했는데 처녀 귀신들의 아름다운 군무로 유명한 지젤을 무대에 올린 것은 우연인 듯 절묘한 작품 선정이었습니다. 할로윈이야 서양에서 유래한 관습으로 생소하달 수도 있으나 죽은 자의 혼이 산 자와 함께 한다는 믿음 자체는 동서양을 가릴 것 없이 존재합니다. 우리에겐 추석이란 명절이 있어 가을걷이를 끝낸 후 수확물을 가지고 조상신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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